요즈음 대한민국 안의 어떤 가정에서 자식이 소중하지 않은 집이 있을까요?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아이들 위주로 모든 생활이 돌아가는 집입니다. 큰 아이 병규가 1년 먼저 OSS 유학을 가기 전에는 큰아이와 병주 사이의 타협과 거래 (식사 메뉴, 스포츠 종목, 영화는 뭘 볼 것인가, 어디가서 놀것인가 등)가 있었지만 병주 혼자 남은 1년간은 어른들이 병주를 위주로 살아가는 형태였습니다. 우리 병주는 한마디로 ‘세상이 병주를 위해 돌아간다’는 착각속에 1년을 보내고 캐나다로 떠난 것 같습니다. 형의 유학생활을 보며 영어 실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연스럽게 병주도 캐나다에 가는 거였는데 이게 웬걸... 어리지만 언제나 씩씩하고 용기있다고 느껴왔던 병주가 형에게서는 보이지 않던 어처구니 없는 자기 중심적인 요구사항들을 캐나다에서 늘어놓기 시작하는 겁니다. 첫날 전화를 할때는 첫 통화 내용이 “엄마 형이 잘못한게 있어요. OSS에서 전화는 일주일에 2번만 하는 건데, 형은 이것 보다 많이 했어요” 하며 형의 잘못부터 지적질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잠이 안온다고 홈으로 들어간 첫날 총 7차례 무차별적 전화를 하며 “이러느니 한국에 돌아가야겠어요. 대한항공 비행기표를 구해놓으세요”라고 엄마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전화기가 거실에 있으니 불편해서 제방에 꽂아두고 싶어요 (허걱).” 혹은 “전화기를 사서 보내주세요” “오늘 점심 식사는 홈맘에게 샌드위치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타코를 싸주셨어요” “나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홈 형이 하키를 하며 놀자고 해요” 등 한국에서 하던 것과 같은 똑같은 요구를 홈에서도 하고 있고, 같이 놀아주려고 애쓰는 홈형의 친절을 고마워하지도 않더라구요. 병주가 캐나다로 떠난지 이제 딱 2주일. 병주도 나름 적응을 하고 세상과 타협을 하네요. 전화 횟수도 이제는 하루는 건너뛸 줄 알고, ‘그런데요, 그런데요’ 하며 한없이 길게 전화를 붙잡고 있으려하지는 않습니다. 홈 형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는 것 같고, 집 음식, OSS 간식을 별 요구사항 없이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병주의 유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떠나기까지 힘든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내고 보니 막내에다가 1년간의 외동이 과정은 병주의 초기 정착 과정에 어려움을 안겨주네요. 하지만 정말 귀한 아이는 한번 정도 부모를 떠나 유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병주를 보내보니 실질적으로 와 닿습니다. 아이가 엄마 눈앞에, 엄마 근처에 있으면 병주를 그냥 놔 둘 수가 있을까요. 대신 해주고, 요구사상 확인해 그대로 명령 받들어주고, 잔소리 해대고... 부모 떨어져서 지내는 초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나름의 생존 전략으로 이 또한 짧은 시간 안에 적응이 되는 것 같고 본인도 살아남으려면 해야 할 행동 조심해야할 행동들을 나름 깨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년간의 유학 생활 통해 우리 병주도 공동체 안에서 한명의 좋은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훈련이 되길 희망하고 병주를 응원하겠습니다. 영어 실력의 향상은 의심할 것도 없지만요. 며칠 전 주말 액티비티를 다녀온 뒤 함께 한 큰 아이에게 병주가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딱 한마디를 합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예요.” 독립성을 못 길러 주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를 유학 보내놓고 병주를 대신 맡으신 OSS 선생님들과 홈가족에게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유학 생활 내내 고맙고도 감사드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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