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캐나다로 떠난지 4일째를 맞이했네요..
출국일 전후 일주일은 하도 정신이 없어 아직 캐나다 유학에 대해 반추해 볼 마음의 여유가 충분하지는 않답니다. 그래도 마음속에 드는 확신과 느낌이 있기에 심정을 적어보려 합니다.
민재의 '캐나다' '관리형' '단기유학'....
세 단어 모두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단어들입니다.
가게 되면 미국이라고 생각했지 캐나다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아니 별 연고가 없었지요.
주변에 관리형 유학 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아니 어떻게 믿고 아이를 혼자 보내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민재 아빠는 이전에도 민재가 빨리 외국에 나가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곤 했지만 솔직히 저는 한 귀로 흘리는 수준이었지요..^^ 장기적인 조기유학은 자식도 잃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잃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때문에요.. 더욱이 곧 제가 안식년에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민재를 혼자 캐나다로 단기유학 보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이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민재가 4학년이 되어 몇 달이 지나고.. 문득 지금 민재를 잠시 혼자 유학보내는게 지금의 민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영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이를 보니 이제 어느정도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력과 심력을 갖춘 나이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쳇바퀴돌듯 하는 생활안에서 아이가 겪게될 초, 중, 고등학교의 로드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렇게 입시를 향해 가다가 금방 대학가고 사회인이 되겠구나.. 무언가 좀더 크고 질적으로 의미있는 경험이 인생에서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게다가 한국에서의 영어 교육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항상 떠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영어학원이 공부라기 보다 고문에 가까운 숙제량으로 아이의 흥미도 잃게 하고,
들인 노력과 시간 만큼 두드러지게 실력이 향상되는지도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인 저도 아이의 영어 교육에 별로 흥이 생기질 않았네요.
해서.. 당연히 영어는 어린나이에 현장에서 생활속에서 익힐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지금 보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제가 같이 갈 수 있지만 이번 학기는 어려웠고, 민재한테는 한학기 한학기가 결정적인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 더 늦추면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또 엄마와 같이 가는 것도 정말 좋지만, 혼자 헤쳐나가는 경험 자체도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보고, 지금, 혼자 보내기로 했습니다.. 또, 공립학교 교육의 질이 고르고 안전한 캐나다가 혼자 갈 때 미국보다 장점이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구요.
그래도 OSS를 알지 못했다면 절대 관리형 유학을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을 거에요.
예전에 승찬맘과 세린맘께 OSS에 대해 듣게 되었을때만 해도 그런가보다만 했지, 보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답니다.
OSS란 곳이 있다는 것과 지금 혼자 보내야 겠다는 결심이 뭐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결합한 셈이었어요.
아마 이것도 민재의 운명이겠지요..^^
믿음이 가고 경험하신 분의 선택과 평가여서 신뢰가 크기도 했지만, 오성식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OSS로 인해 유학을 보내게 된 동기였습니다.
80년대인가요. 굳모닝팝스 진행하실 때 저희 어머니가 오성식 선생님 팬이셨답니다.
'아유,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자상하고 똘똘하니.."(^^) "참 사람이 긍정적이고 바지런하지?" (^^) 하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지요...
누구라도 오성식 샘의 그런면은 개인적으로 몰라도 동감하실 겁니다.
관리형 유학은 부모를 대신해 돌봐주실 분의 부모마음 같은 정성과 성실함, 정직함, 교육철학이 없으면 안되는데... 한두 달도 아닌 1년을 지내려면 직업정신을 넘어 천성이 그런 사람이 아니면 힘들다고 보았습니다. 오성식 샘은 제가 생각하기에 천성적으로 그런 분이고 자녀를 키우시며 캐나다 현지에 거주하시기 때문에 OSS가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엄마인 제가 보낼 결심을 하게 된 과정이고요,,,,
그래도 아이가 안 가겠다면 방법이 없지요. 억지로 보낼 마음은 없었답니다.
제가 살짝 떠보니 의외로 민재가 가겠다고 했고 (자기가 생각해도 영어 공부를 하긴 해야 겠었나 봐요ㅎㅎ) 나중에는 '행복하다 '기대된다'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러는 동시에 불쑥 불쑥 '엄마, 이거 지금은 취소가 안되는 거지? 아니 정말 궁금해서 그래' 하기도 했고, 가기 전 날에는 자기 꼭 3개월만 있다 올거라고 하데요..^^(누구 맘대로ㅎㅎ)
민재가 떠난 후 며칠 동안,,, 익히 승찬맘께 듣긴 했으나 정말 아들 방에 들어가 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그 곳 모습에, 아이 소식을 몰라 답답하거나 걱정되는 일은 없답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정성을 들이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자식을 키우는데 함께 할 우군을 얻은 기분입니다. 자식사랑을 끈으로 엮여진 OSS부모님들과의 인연도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구요...
물론, 옆에서 엄마가 챙겨주지 못하는 구멍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깨끗이 씻기, 골고루 챙겨 먹기, 옷 갖춰 입기, 꾀 날때 숙제 미루지 않기, 속상한 일 있을 때 하소연 하기, 등등....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것 같아요..
그러나 그런 사소한 구멍들 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들이 민재의 머리와 몸과 마음에 꼭 꼭 채워질 것으로 믿습니다.. 아이들이 내면에 가진 힘은 부모 생각 이상으로 훨씬 클테니까요..
새삼 돌아보니 대단한 일을 벌였다는 생각도 들지만, 잘 했다는 생각에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도 OSS 모든 선생님과 소중한 우리 아이들, 부모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어휴,, 쓰다보니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요..^^)
오성식 2009-08-08 14:44:47
아무리 긴 글이라도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구절절 느낌이 팍팍 옵니다,
민재를 요 며칠 보면서 참 사려깊은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두리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깊고, 드러면서도 자기의 주장도 적절히 할 줄 아는 매력있는 아이입니다, 수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도 각기 다른 자신의 색깔을 모두가 갖고 있음에 놀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런 색깔을 찾아 아이에게 인식시켜주고 발전시켜주는 것이 OSS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민재맘 2009-08-08 14:55:09
갑자기 민재 얘기 들으니까 눈시울이...,,,,, 오늘도 애 많이 쓰셨습니다..
우성맘 2009-08-08 19:27:13
큰 일을 갑작스럽게 결정하니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으셨을 거에요.
근데.. 고민은 길게 할 게 아닌 것 같아요.
외국을 안갔다 온 것 보다는 갔다온게 더 좋고,
기왕 가려면 어릴때가 좋고..
그렇게 따지면 애를 보내는게 당연한 거에요~ 그쵸?
저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로 했어요.
재용맘 2009-08-08 20:42:26
구구절절이 동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