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보낸 후 첫 한 달 동안 제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이라면 그리움에 앞서 불안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혼자서 모든 일을 다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공부하는 걸 걱정한건 아닙니다. 공부야 한국에서도 훈련됐던 거 어딜 가면 못할까요. 제 걱정은 우습게도 `아침에 양치질은 깨끗이 할까` 와 같은 초보자적 서바이벌 단계가 전부였습니다. `샴푸할 때 거품은 잘 내서 머리를 감고 있을까? 샤워할 때 몸에 비누칠은 하는 걸까? 혹시 시간 없다는 핑계로 물만 뿌리고 나오는 발칙한 센스를 부리는 건 아닐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아닐까? (이 부분은 제 예측이 맞았다고 동영상이 알려 주더군요!)등등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한 종류의 것들로 불안함을 가득 채웠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만 불안할 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모니터 앞에 앉아 동영상만 바라보는 것 뿐 이었습니다. 물론 통화도 한 번씩 할 순 있었지만 모처럼의 통화에서 잔소리하기 미안해서 지나가는 말로 슬쩍 떠보기만 할 뿐이었죠 그럼 대답은 그저 씩씩한 한마디 '네!!' 그럼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어요. 딱히 믿음은 안 갔지만 ... 이런 대책 없는 불안함과 함께 한 달을 가득 채워준 건 그리움 이었죠 잘 있다가도 불시에 그리움이 쳐들어오면 순간 모든 의욕이 없어졌습니다. 한 번씩 엉뚱한 말로 황당 하게 해서 엄마를 웃겨 주기도 하고, 한 번씩 성질을 돋궈서 큰소리가 나게도 만들고.. 운전하다가도 남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아이를 따라 저절로 고개가 돌아갑니다 그리움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지금도 눈물나지요 뭐... 그러나.. 그 때와 지금 변한건 있습니다. 일단 불안함은 거의 없어졌어요. 애한테 못물어보면 선생님께 여쭤보구요. 그것도 아니면 전화로 싸우기도 하구요. 또 포기할 것도 포기했구요. 언젠가 한번 맨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동영상에 찍히는 형권이를 보다 못해 학교갈 때 제발 단정한 옷을 입으란 말 좀 전해달라고 오선생님께 부탁드렸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오선생님 왈 " 뭐 어때요? 털털하게 입고 다니는게 멋있기만 하구만......" 맞는 말씀이시죠.. 한국에서는 제 뜻대로 아이를 입혀 보내고 아이의 의지를 많은 부분 무시하고 살아 왔었단 걸 알았습니다. 또 아이가 실수하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저는 잔소리로 빼앗아 왔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점퍼에 묻은 작은 얼룩이 세탁기에선 안빠질 것 같아 손빨래를 했다는 말에 얼마나 기특했는지.. 예전 같았으면 얼룩은 커녕 점퍼 반쪽이 찢어졌어도 아무 생각 없었을걸요.. 이렇게 떨어 뜨려 놓고 조바심이 나도 간섭할 수 없게 되니 아이가 스스로 배워나가는 게 점점 많게 되는 걸 느껴요 물론 곁에서 철옹성처럼 아이를 지켜주시는 OSS선생님들이 계시니까 안심할 수 있는거지만요 OSS에서 참 정많은 선생님들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저렇게 공부하며 생활할 수 있는 형권이를 보면 복도 많은 녀석이지.. 란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리운 마음이야 여전하지만 녀석이 적응 잘하고 신나게 생활하니 저는 이제 안심입니다! 호은기준맘 2009-01-12 06:22:47 우리 기준이가 캐니다 무척 가기싫어했는데 형권이가 말하는 동영상을 보고 마음이 많이 바뀌었었습니다. 어찌나 말이 빠르던지... 성격이 급해보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아이에게서 천재의 낌새가 납니다.수상해요... 몇일전 동영상으로봐서는 뭔가 좀 달라져 보이기도 하구요.(그새 많이 성숙한 느낌) 하여간 우리아이들이 형권이 덕분에 한놈은 가겠다고 결심했고 한놈은 얼굴이 상기되면서 정말 저렇게 잘할수 있어? 하며 달떴답니다. 어제도 남편에게 얘기했었어요. 형권이란 놈 아무래도 천재기질이 있는것 같아...라구요. 이 글을 읽으니 더더욱 희망이 커집니다. 형권맘 2009-01-12 12:28:11 정말요? 그럴수도 있군요.. 전 말 빠른 동영상 볼 때 마다 천천히 하라는 잔소리를 못해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기준이는 반대로 멋지게 잘 봐줬네요 근데 천재는 과찬이세요. 멍청한 녀석은 아닌 거 같지만..(사실 멍청한 부분도 있습니다 ^^ ) 잘생긴 호은이랑 기준이도 이제 곧 적응 잘해서 신나게 생활할 거예요 너무 외로워 마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화이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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