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족 말고도 방법이 있었습니다.. OSS와 함께 하기로 아빠와 의견을 모으고 난 후, 찬우에게는 어떻게 얘기를 꺼낼까 고민이더군요. 너무 부담되거나 심각하지 않게 편안하게 얘기를 꺼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러다 별생각없이 던진 말, " 다녀오면 선물로 휴대폰 사줄께...." "정말? 그럼 MP3도 ..." "물론이쥐~" "OK!"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걱정과 기대속에서 드디어 8월 7일을 멎아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걱정과 달리 우리 찬우는 씩씩하게 출발했구요... 다음날 새벽, 아이들의 밴쿠버 도착을 알려주시는 오성식선생님의 문자를 시작으로 캐나다 특파원을 자처하며 시시각각 보내주신 아이들 동영상과 여러 소식들에 울며 웃으며 컴퓨터와 휴대폰만 껴안고 살기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아무것도 하기 싫은채로.... 그렇게 처음 며칠이 지나면서 찬우가 울며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적응을 위해 아이의 울음과 하소연 다 받아주지 말라는 단호하게 통화하라는 사전교육(?)은 받았지만 막상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같이 전화붙잡고 울 수 는 없잖아요 울음 그치고 나서 다시 전화하라고 하고 울려면 전화하지말라는 심한말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면서 일단 한고비 넘긴 듯했습니다. 이렇게 차츰 차츰 아이는 나아져갔고 저도 전화통화할 때 신경을 썼죠. 집생각 날만한 얘기, 보고싶다는 얘기, 힘든 얘기등 불평 불만이 나올만 한 질문이나 이야기는 꺼내질 않았어요. " 힘들지?" 하고 물어보면 힘든얘기 쫘악 나오겠지만 "재밌지? 뭐가 즐겁니?" 하고 물어보면 재미있었던 일 생각하게 되잖아요 지금도 전화통화할때면 찬우는 그곳에서 처음하게 된 일이나 새로알게된 일들에 대해 할말이 아주 많답니다. 이젠 잘 지내는구나 싶을때쯤 한번은 홈스테이 한살아래 여동생이랑 티격태격하다 억울했는지 씩씩거리며 전화했더군요. 자기물건이라고 자기집이라고 아무것도 못만지게 하고 자길 무시하는거 같다구요... "너 한국에서도 동생하고 싸우잖아.. 그럴때 자기물건 못만지게 하고 방에도 못들어오게하고 그러잖아. 마찬가지야... 억울할것도 특별히 속상할 것도 없어.. 당연히 있을 수 있는일이니까" 지금은 5살된 장난꾸러기 남동생에게 함께 알파벳과 숫자도 가르쳐주면서 첫째들만이 겪는 억울함 ----때론 동생잘못도 뒤집어 써야하는--- 에 대해 서로 깊이 공감하면서 시끌벅적 삼남매로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5개월이 지나갔습니다. 어느새 벌써 남은 시간이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한가지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에서의 1년이 아이의 영어실력뿐 아니라 감춰져있던 능력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바라는 "스스로 하는 아이"가 되어 돌아올테니까요 저는 요즘 "독한 엄마네요" 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 어린것을 어떻게 혼자 그 멀리 보낼 생각을 했냐구요 그럼 그냥 웃는답니다. OSS 가족만의 특별함에 대해 고마워하면서요. 그리고 처음에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지금은 엄마 별로 안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참 잘한 일이라고..... 그리고 또 한가지 먹는거랑 별로 안친했던 녀석인데, 이젠 아주 친해졌다고 합니다. 다 맛있게 잘 먹는다네요. 몸무게가 5키로쯤 늘었다고 자랑도 하구요. 찬우의 통통해진 얼굴보면서 생각합니다. 진짜 잘한 일이라고.... OSS 모든 선생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리구요 이쁘고 똘똘한 3기들 화이팅이구요 새로 가족이 될 4기들도 반갑구요 모두들 지금처럼 잘 할거라 믿습니다!!! 오성식 2009-01-06 16:18:52 이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된 일이지만, 정말 훌륭한 아이의 곁에는 확실히 훌륭한 엄마가 계십니다, 물론 아빠까지 훌륭하다면 더 좋겠지만, 일단 엄마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아이에게 불평불만이 나올만한 질문은 꺼내지 않았다는 지혜로운 말씀에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쩜 찬우엄마는 저렇게 세심하게 지혜로울 수가 있을까? 감탄했습니다. 긍정의 힘은 정말 놀랍습니다. 찬우가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늘 적극적이고, 창조적이고, 진취적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오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참 아름다운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늘 흠잡는데만 익숙하면 세상은 온통 흠 투성이고 불만 투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찬우 엄마의 긍정적 마인드는 정말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찬우의 모습과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니 흐믓한 미소가 저절로 나오네요. 늘 격려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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