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것도 많을 것이며
기대하는 것 또한 주는 것 못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이 어렵게 고생하며 살았다면
다시는 그런 어려움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을것이고
행여 못다이룬 내꿈이 있다면 자식들이라도 그걸
보상해 주길 바랄것이고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다면 그걸 고스란히
복사시켜주고 싶은게 부모의 의지이자
바람이고 심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우리부부는 다른집과는 달리 윗부분에서 약간의 이견이 있어왔습니다.
전, 어릴때부터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안 다녀보신 분들밑에서
기술이나 배워서 입에 풀칠이나 해라는 그런식의 교육을받고 자라왔습니다.
무지하셨기에 고생만 죽어라하셨던 우리부모님!
그때는 세끼 먹기도 힘든 세상이었으니 아이들이나
안굶겨야 되겠다는 심정으로 그러셨겠죠.
아버님은 농사겸 이따금 소장수를 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지금도 정겨운 시골분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5일장을
어쩌다 일요일이라도 끼게되면 꼭따라 나서게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누런 황소 코뚜리에 고삐를 길게달아 작은손에 꼬옥 쥐어주시면
싫은 내색없이 기꺼이 따라나서곤 했습니다.
꼬리에 얼굴 휘둘리지않게 적당한거리를 유지하면서 총 총 총 총..
아버지랑 수십리길을 컴컴한 새벽부터 소를 몰고가
소전엘 갔었는데 아빠랑 같이 한다는사실이 어찌 그리좋은지
너무큰 검정고무신이 헐떡거려 수시로 벗겨져도
다시신고 소한테 질질끌려가길 몇번이나 한지 모릅니다.
포장도안된 울퉁불퉁 시골길을 시냇물도 몇번씩 건너가며
늦지않도록 부지런히 걷다보면 그 조그만것이
얼마나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아빠랑 함께가는것이 마냥 즐거워 꾹참고 잘도 걸었습니다.
그러길 몇시간 ,
동이 트기도전 장터에 도착해 소전에 고삐를 묶어놓고
국밥 한그릇씩을 아빠랑 마주봐가며 맛있게도 먹을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막힌 맛있었던지 52평생 지금도 그맛은 잊을수가 없습니다.
식사를마치고 아빠는
"너 오늘 참 욕봤다 쪼꼬만게 ...애썼다"라고 머릴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얼마나 가슴뿌듯한 감동이 밀려왔는지 식사전이라면 아마
눈물이랑 범벅해서 먹었을겁니다. 그게 바로 금메달이니까요.
어린아이가 새벽부터 먼길을 그렇게 정복해 냈으니까요.
지금도 생각해보면 다른건 몰라도 의지하나만은 남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그때 생겼다고 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 이렇게 사시는걸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됐으며, 했다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을 그때 끌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의 우리애들은 아빠랑 갖는 시간이 너무도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건 오로지 아빠랑 같이 있도록 시간만 좀 내주라는 것 뿐입니다.
내게도 좀 엄마가 빌려주라는 것 뿐입니다.
어떤걸 하든 어디를 가서든 우리애들과는 기막힌 그맛을 찾아내고 싶은거며
어쩌면 우리아이들도 때로는 공부보다 그런 희열을 원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새벽부터일어나 먼길을 가야했는지, 왜 차가 없어 걸어가야했는지, 왜
무식한(?) 아빠는 아들을 꼭 데리고 다녔는지, 전 다알수 있습니다. 그시절의 아버지가 그리울뿐입니다.
"늬가 시장에가서 보면 그래도 뭔가 느끼는 게 있을것이다"
........................................................................
유학이라는 것!
엄마는 영어를 잘하기위해 보내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욕심많은 엄마는 아빠한데가는건 시간낭비일 뿐이라 생각하고,
아빠는오히려 엄마곁을 떨어지게 하는것이 훨씬 효율적인 공부가 될수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내는곳은 같아도 기대하는건 확실히 다른게 우리부부입니다.
이제 많이배워 학력과 지식으로 중무장한 아들이 아버님의 손자들에게, 나라는 다르지만 아버지의 방식을
따라 교육을 시키기위해 어렵지도 않은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비록 같이는 못가지만 거기도 아빠와 엄마들이 있는곳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당최 하지못했던 많은 일들이 일년안에 몽땅 일어난다 합니다.
아빠랑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캐나다에서라도 수시로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랄뿐입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선생님들의 사랑만큼은 부모 못지않는 보증수표 OSS,
여기저기 알아보다 다행이 오선생님을 만나 어진이를 맡기게 된 OSS,
어진이가 만족스러워 누나까지도 또 보내게 된 OSS,
결국은 우리부부의 생각을 골고루 충족시킬수 있는 OSS가 진정으로 맘에 와 닿았습니다.
l
이제 우리모두 한식구가 되었으니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들 노력해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영어도 배워 올것이고 캐나다부모와의 사랑도 서울까지 끌고 오리라 굳게 믿습니다. 길고긴 고삐로 말입니다 .....
유정현지맘 2009-01-21 13:27:40
아버님의 글에 눈물이 나네요, 왜그럴까요? 애들한텐 늘 다그치고 모르는 걸 가르쳐준다고 생각하고 학업정보에 어둡다고 늘 엄마로서의 나자신을 자책하고....
우리 엄마는 늘 지켜보기만 했는 데,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각나네요
자식이을 믿고 쭉--지켜봐 주시던 무한한 사랑을.....
연웅엄마 2009-01-21 14:31:52
제게도 연경이 아버님의 생각이 진정으로 맘에 와 닿습니다.
승찬맘 2009-01-21 15:50:41
"너 오늘 참 욕봤다.쪼그만게....애썼다."
항상 말 없이 무뚝뚝하시던 아버지의 커다란 사랑이 한 마디 말로 느껴집니다.
아버님의 글에서요....
연경팜 2009-01-21 22:33:38
유정 현지 어머님
제가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움에 사뭇치게 했었나 보군요.
뵙지는 못했지만 깜찍한 아이들을 거슬러 올라가니 인자하신 유정현지 할머니가 그려집니다.
분명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자식들에게 과한 욕심은 내지 않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주제를 알기 때문이겠지요. 가만히 두고 보셨지만 잘 크셨잖아요.
이쁜 딸도 둘씩이나 돼 부러움의 대상이잖아요.
연경팜 2009-01-21 22:37:05
연웅어머님
연웅이를 보자 하니 까까머리 중학시절이 생각납니다.
다 컸다 생각하는데 오 선생님의 같잖은 질문이 가소로워 냅다 쏴 붙이기식 답변이 매우 인상적인 연웅이.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멋지답니다. 제가 그랬다니까요.
잘 다듬어져서 훌륭한 제목으로 쓰여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좋은 인연 감사드리고요.
연경팜 2009-01-21 22:40:03
승찬 어머님
천재 어머님이 오셨군요.
연경이도 수학좀 하는데 반갑습니다.
승찬이가 사람을 잘따르는것 같아 참 편안해 보입니다.
어릴때는 귀엽게 커주고 커서는 존경받는 승찬이가 될 것 같아요.
동세맘 2009-01-22 00:30:51
이곳 저곳 댓글 올리며, 어찌보면 아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정신없이 2주를 살았던 저에게,
연경이 아버님 글은 제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하네요 !
연경팜 2009-01-22 01:13:57
동세 어머님
제가 보는 동세는 벌써 박사입니다.
어떤 학위를 먼저 받아야 할지 순서를 정해야 겠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초기에 고생 좀 했는데 덕분에 선생님과 홈스테이가족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답니다.
부러워 안해도 되는데 부러워들해 죄송하기도 했고요.
잘 극복한 동세가 자랑스럽습니다.
동세맘 2009-01-22 09:05:14
연경아버님,
지혜로우신 말씀, 생각들 감사해요.
동세아빠도 동세가 연경이 나이가 되면 얼추 연경아버님 나이가 되네요.
저희도 근사하게 나이먹어 가야 될텐데요.~
연경이,어진이는 이렇게 훌륭한 할아버님, 아버님 밑에서라면 못 할일이 없을것 같아요.
저도 말이 많은 엄마이기보다는 짧은 한마디라도 아이가 추억할 수 있는 멋진엄마이길
노력하고 소망해봅니다.
새해에도 복 많으받으세요.^^*
연웅엄마 2009-01-22 09:59:34
연경아버님. 감사합니다.
사실 전 엄마이기 전에 여자라서인지 아들의 행동들을 이해해 주지 못한 때가 참 많아요.
한데 지금은 그렇게 하는게 멋지다 하시니 그렇게 알고
말씀대로 스스로를 잘 다듬어가도록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겠습니다.
그리고 처음보면 연약해 보이는 외모속에
볼수록 다부지고 야무진 말투와 표정을 가진 연경이
매력적입니다.
유정현지파더 2009-01-22 10:21:32
연경팜 안녕하십니까? 제가 유정이 캐나다 보낼때 공항에서 연경이를 처음 보았을 때 참 바르게 큰 아이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좋은 부모님의 영향이 분명합니다. 유정이 통화때마다 연경이 얘기 많이 합니다. 롤 모델로 생각하고 많이 배우고 의지하라고 부럽습니다
호은기준맘 2009-01-22 11:07:48
저는 황순원의 소설 읽는 줄 알았습니다.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글을 읽었습니다.
여기선 할 수 없었던 모든일이 1년안에 이루어진다는 말씀...
신바람납니다.
김윤지맘 2009-01-22 11:49:06
어버님 글 감명깊어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나네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에 대한 깊고 큰 사랑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연경팜 2009-01-22 12:35:32
동세 어머님
살다 보니 저를 이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
말을 길게 많이 하는 게 아이들에게는 언어습득의 지름길인 것 같아요.
저는 말이 없고 생각만 산만해 요점만 말하다보니 아이들의 표현이 기아상태인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말을하면 연경엄마가 또 주책이라겠지만 우리딸이 3살 때부터 읽은책이 동세만큼은 될 것 같은데
도무지 표현이 입으로 전달이 안되나봐요. 동세한테 물어서 실마리를 찾을까봐요.
연경팜 2009-01-22 12:41:44
연웅이 어머님
아무렴 연웅이가 비뚤어지기야 하겠습니까?
약간 기울지는 몰라도 휘었다가 섰다가 하는 게 성장기 아닌가요.
아무 걱정 마시고 서로 잘 키워보자구요.
연경팜 2009-01-22 12:45:46
유정현지 아버님
이걸 어쩐답니까.
변변치 못한 우리아이를 롤모델이라니요.
전 티없는 현지를 볼때마다 우리집식구로 한번씩 데려온답니다.
지금처럽 이쁘게 잘키워주세요.
연경팜 2009-01-22 12:53:40
호은기준 어머님
주름살 바이러스님도 오셨군요.
이러다 호기맘 팬들이 사랑방을 이쪽으로 옮기면 어쩐다죠. 바쁜디...
사실전 소나기도 맞을줄만 알지 아직도 못봤습니다.
언젠가 샤워하면서 꼭 소나기봐야지.
3기때도 이런자리를 좀 마련하고 싶었으나 자물통들을 다는바람에 포기했었답니다.
자기아이들만 숨겨서 가르치시는것 같아 내심 야속하더라고요.
연경팜 2009-01-22 13:08:02
윤지 어머님
반갑습니다.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유명한 김삼화 변호사를 클로즈업 시키기로 했습니다.
우리윤지는 뭐가 꿈인지는 아직 덜들여다봤지만 뭐든지 참 똑부러지게 할 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차분하면서도 논리정연한게 법조계로 나가는 게 어떨지 모르겠어요?
호은기준맘 2009-01-22 13:57:01
또 한 수 배웁니다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으주시는군요. 맞아요,자물통.... 1기부터 훑어본 결과 왜 오쌤만 수다를 떠나...였습니다. 1년간 지구 반대편에서 동고동락하는게 어디 보통 인연입니까? 서로 공유하고 보태고 같은 추억을 만들어가는거 이게 아름답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