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지금 스튜디오에서 한참 녹음중인데
오성식쌤으로부터 글 올리라는 독촉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애 둘을 하나는 미국 동부로 하나는 정 반대인 캐나다 서부로 보내놓고
완전 자유독립만세를 외친 엄마로서
시간이 철철 남을 만도 한데
뭘 하느라고
오쌤이 보내주시는 동영상 갈무리해서 보기도 허덕허덕 합니다.
그래도 차라리 이게 다행이다 생각이 드는게
하루 종일 애들 걱정하고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마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았을까요?
전 친정어머니한테
최근에 독한 엄마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 어린 것을 이역만리 타국에 떼놓고 발뻗고 잠이 오냐 이것아...'부터
"아니 이 할머니도 승빈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왈칵 나오는데 너는 어쩌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냐, 독하다 독해...'
이런 지청구까지
전부 저의 무심함과 무신경을 탓하는 친정어머니의 걱정이죠.
ㅋㅋ 사실 별로 생각안하고 있다가
우연히 오쌤을 GMP20주년 기념식장에서 만난 이후로
이럭 저럭 어영부영 하다가
자칭 "모험을 좋아하는"승빈이가 단짝 승찬이와 의기투합해서
자기들 둘이 캐나다 가기로 약속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보낸거였거든요
게다가 제가 다니는 회사가
지난 8월 이후 오늘 현재까지 거의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낼부터 부분파업을 하네 제작거부를 하네
시끄럽고 어수선하네요
덕분에 승빈이 보내기 전부터 보내고 나서 지금까지도
초저녁에 집에 들어간 날이 거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러니 허전함을 느낄 겨를이 거의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게다가 오쌤으로부터 날아오는 동영상속의 승빈이는
너무나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심지어는 야속할 정도로 캐나다가 너무 좋다며
몇 년 더 살고 싶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참 불안하더이다
원래 겁없이 오바하면서 촐랑거리다가
어느 순간 그 기가 팍 꺾이면서 슬럼프라는 게 오기 마련인데
이제 갓 만 아홉살을 넘긴 승빈이한테도 그런 고비가 오리라고 저와 남편 모두 짐작은 하고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어제 저랑 통화못하고 아빠하고만 통화하게 된 승빈이가
대성통곡했다는 전언을 듣고
드뎌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당연히 거쳐야 할 고비라고 생각은 했었구요
베리 선생님 오쌤 남편 저 다들 메일과 전화로 통화해 본 후에
역시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구요
베리선생님도 쓰셨더군요
제가 강철같은 사람일거라고 짐작했는데
의외로 목소리가 예뻤^^다구요, 하하하
사실 승빈이랑 같이 서울에서 한 지붕 아래 살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자상하게 돌봐주지 못하는 엄마였습니다.
1주일에 몇 번 얼굴보기도 힘들 정도였죠
들어가보면 자고 있고
자는 얼굴에 뽀뽀만 하고 급히 출근해야 할 때도 많았구요
그래도 그 어린 승빈이를 과감하게 캐나다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승빈이에 대한 저의 근거없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다 내놔도 주변사람들의 눈밖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어디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똑바로 표현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옳고 그름을 이해하기 전에는
아무 행동이나 하지 않을 아이라는 믿음,
한 마디로 언제 어디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이쁨받고 즐겁게 살 능력과 자질이 있는 아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었고
어쩜 그런 믿음을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더 많은 발전과 깨달음의 기회를 주고 싶기도 했구요
제가 직장다니다보니
다른 엄마들처럼 각종 좋은 학원에 라이드를 해줄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순전히 그 이유때문에 잠원동에 살다가 대치동으로 이사온지 이제 만 1년이 채 안됐습니다.
1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여러가지 회의와 의심이 참 많았습니다.
대치동의 이름난 영어학원들은 왜 그렇게 애들 수준 이상의 것만을 가르치는 건지
그 많은 숙제를 다 해갈 수도 없고
해가도록 도와줄 형편은 더욱 안되고
다시 잠원동으로 가야되나 아님 차라리 강북으로 가야하나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던 1년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배우고 살아왔던 철학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가지 것들이
극대화되있는 동네가 대치동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 크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것중에
오로지 학습능력, 그것도 학과시험에 고득점을 맞기 위한 학습능력만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는 기형적인 동네죠.
아아 그런 회의와 버거움이
승빈이를 캐나다로 보내는 데 일조했던 것도 같습니다.
세화고등학교 다니다가 미국 동부로 간 큰아들 녀석을 보면서 늘 생각합니다
매일 매일 학교에서 두세시간씩 축구나 농구를 한다며
간지 석달만에 제법 허벅지에 근육이 붙어온 큰 녀석,
여기서 새벽 1-2시까지 학원 다니고 숙제하느라 늘 지쳐있던 녀석이
정말 훨훨 날아가는 쨍쨍한 목소리와 밝아진 모습으로 자신감을 회복해가는 그 빠른 속도를 보면
도대체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교육은 무엇인가... 회의 그 자체에 빠지게 되거든요
열흘간 소감쓰라는데 얘기가 너무 삼천포로 빠졌네요
어쨋건 저의 솔직한 소감은요
토욜 일욜 아침 애들 학원 보내지 않아도 되니
오전 10시까지 늘어지게 늦잠자는 재미가 쏠쏠합니다.(친정엄마 한테 구박받을 만 하죠 ㅋㅋ)
저녁 시간 이용해서 못보고 벼르던 연극이나 뮤지컬 보러 다니는 재미도 적지 않구요 ㅎㅎㅎ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캐나다에서 울고 웃으면서 즐겁고도 힘겨운 성장을 하고 있는 승빈이가 많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때로는 가슴 철렁하고 때로는 이러다 아들 영영 잃어버리는 건가 해서 야속하고
그러나 그보다 많이 가슴 뿌듯하고요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깨우쳐서
앞으로 승빈이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될 많은 활력과 자양분을 얻어오리라 굳게 믿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열과 성을 다하여 돌보아 주시는 베리 선생님 오쌤 이하 모든 OSS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쯤 승빈이를 보러갈까
요즘 남편과 얘기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유별하고 각별하게 아이들을 생각하는 남편은
낼 모레 설 연휴에 훌쩍 갔다 오면 어떨까 하는 현실성 없는^^ 얘기를 하기도 하구요
원래는 여름 휴가때 가야지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한 두 달쯤 빨리 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왼뺨, 오른뺨, 코, 입술에 차례 차례 뽀뽀를 해주며
'엄마 사랑해'를 외치던
말랑말랑하고 예쁜 우리 승빈이를 빨리 꼬옥 안아보고 싶으니까요^^
승빈맘 2009-01-21 10:49:50
근데 원래 쓸 때는 단락간 띄어쓰기 제대로 했는데 왜 이렇게 다 붙어버리는 거죠? ㅠㅠ 가독성 너무 떨어지네요
김윤지맘 2009-01-21 11:13:14
그게 저도 잘 안돼서 두 줄을 띄었더니 되더라구요^^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순간순간 회의가 들면서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학원이니 과외로
내몰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현실을 무시하고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시키지 못한 못난
엄마밖에 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싫어지네요...요즘 활기 찬 아이의 표정과 웃음소릴 들으면서 이런 시간을
아이에게 선물해 준 게 엄마로서 제일 잘 한 일인 것 같습니다...
Berry 2009-01-21 11:14:32
승빈이에 대한 자식사랑,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말랑말랑 승빈이는 일단 제가 접수했습니다. 오늘 제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하다가 승빈이가 너무 예뻐서 뽀뽀해줄뻔 했다니까요.
승빈맘 2009-01-21 14:21:50
윤지맘님, 고맙습니다. 가르쳐주신 대로 두칸 이상 띄니 제대로 단락이 나누어지네요, 우리 베리 선생님도 좀 띄어서 써주시면 감사^^ 슬슬 노안이 오려고 해서 너무 작은 글씨는 보기 힘들다구요, 이해못하시겠지만^^
승찬맘 2009-01-21 15:36:01
이제야 보네요. 승빈맘,,,애들 같이 보냈어도 너무 바쁜 엄마라 얘기도 제대로 못했잖아요.
애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달콤한 휴가기간 잘 즐기시길,,,부러워요.
대치동의 교육현실이라,,,중학교이후로 대치동에서 학교 나오고 살았던 저는 옛날 제가 학교 다닐때만 생각하며 애키우다 깜짝 놀라 둘러 보니 언론에서 말하는 대치동이었죠.이곳이....
한땐 애들 교육만으로 이사오는 이주민들이 더 겁났던 적도 많았죠...원주민으로서,,,,,우습죠?
하지만, 이건 대치동의 교육현실이라기 보단 우리 나라의 교육현실이 그런것 같기도하고,,,,
어디든 상위 몇 %는 비슷한 것 같기도하고....
하옇튼 우리애들은 복 많이 타고났어요. 어렸을때부터 이런 좋은 경험도 해보고,,,,
그나저나 승빈이 참 귀여워요....캐나다 가실 계획까지 부러~~부러~~
승빈맘 2009-01-21 17:04:07
앗 승찬맘, 대치동 본토박이셨군요, 모르는 거 더 많이 물어봤어야 되는데^^ 캐나다야 비행기 타봐야 가는거죠 뭐, 말로는 어디를 못가겠어요 ㅋㅋ.. 그나 저나 승찬이 승빈이 요 두녀석이 그지 없이 친하다가도 투닥투닥 싸우는 모양이예요, 물론 당연히 그러는 게 애들이겠지만요, 결국은 자기들이 해결해야할 문제고 다 잘 해나갈거라 생각하고 있죠, 그래도 똘똘한 승찬이랑 같이 떠나서 이렇게 걱정이 안되는 모양이에요, 승빈이도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도 승찬이가 같이 가는데 뭔 걱정이냐고 큰소리 쳤었거든요, 언제나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