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를 보낸 지 10여일, 저는 제가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속으로 생각하길 아, 내가 메말랐구나. 마치 죄지은 사람 같은 기분이었지요. 그런데 지난 금요일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리는 겁니다. “아빠! 나 윤지” 아, 그 짧은 한마디에 갑자기 눈 앞이 아득해지면서 엔도르핀이 내 머리 속에 꽉 차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메마른 것은 아니고 너무나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지난 여름 휴가 다녀오는 길에 윤지에게 물었습니다. “너 외국에서 공부해볼래?” 사실 특별한 계획이나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물어본 것인데 아이의 생각은 너무나 확고했습니다. “네, 꼭 가고 싶어요.” 그냥도 아니고 꼭 가고 싶다는데 보내 줘야죠. 문제는 그 방법이었습니다. 평소에 주변 분들의 경우를 생각하였습니다. 보통은 1년 내지는 2년 정도 주로 미국으로 연수하는 경우 동반 출국하는데, 다녀오면 혼자 오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통제나 학습량이 적은 이유로 미국 생활이 너무 편해서 아이가 들어오기 싫어한다는 거죠. 또 귀국한 후에도 나가고 싶어하고, 이게 왜냐하면 귀국하고서 한국에서의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또 이상한 건 그렇게 다녀온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생각한 것 보다 뛰어나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외국생활 중에도 결국은 학습량을 유지하고 한국에 온 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 유지는 되어야 하고, 정규학교에서의 영어만 하는 수준(거의 생활영어 수준)이 아닌 한단계 수준 높은 영어 공부의 체계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정규 학교수업 후에도 영어에 다빈도로 노출되는 환경에서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을 알지 못하던 차 우연히(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오성식 국제학교를 알게 되었는데, 아내와 윤지가 오성식 선생님과 만나서 말씀을 듣고 와서는 제 생각과 너무 일치한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뭘 망설이겠습니까? 결정하고 준비하는 일만 남았던 거죠. 그런데 사실 실감이 안 나는 겁니다. 시간은 가는데 이상하게 저는 아무 불안감도 걱정도 없었습니다. 출국 날짜가 되어도 약간 긴장은 되었지만 비교적 편안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유학을 통해서 윤지에게 학습적인 면이나 인격적인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윤지는 그걸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출국 후부터 수시로 전해지는 문자 중계, 이 메일, 동영상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마치 윤지가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어떨 때는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적응도 비교적 빨리 잘하고 특별히 아픈 곳 없이 명랑한 모습으로 보여 점점 더 편안한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전화를 받으니 사람마음이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그런데 윤지는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재미있게 잘 지낸다 하는 겁니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욕심에 어른이 생각하는 각박한 세상을 보는 눈으로 아이에게 “캐나다에 놀러 가는 거 아니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말만 했지 다른 세상을 보고 재미있게 지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다 오라는 말을 해주지 못했던 겁니다. 가뜩이나 승부욕이 강한 아인데 그걸 부추킨 셈이지요. 저는 요즘 매일 저녁에 하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동영상을 내려 받아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것입니다. 덕분에 가족들끼리도 더 화목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제 눈에 보이는 윤지는 믿음이 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선물 같습니다. 아빠가 믿어주는 만큼 윤지도 잘 하려고 하겠지요. 이렇게 믿음을 주는 윤지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공부라는 계량된 잣대만이 아니라 현명함과 예절이라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오리라 믿습니다. 윤지를 발전시켜 주실 OSS의 모든 선생님들께 무한한 신뢰와 감사를 드립니다. 오성식 2009-01-19 14:13:14 윤지의 빈자리가 참 크지요? 이렇게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한번쯤 큰 호흡을 하고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1`년후 크게 성장한 모습으로 윤지는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겁니다,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top of pag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