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께 부탁말씀 드립니다)
이제 신입생 아이들이 캐나다에 온 지 오늘로써 11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모두가 똑같은 11일째를 맞이하는데 두 부류의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한 부류의 부모님은 내 아이가 11일만에 이렇게 잘 적응하고 벌써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어로 열심히 떠든다는 것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또 부모를 떠나 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생활할텐데도 별 불만없이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기특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벌써 마음이 급한 부모님도 계십니다. 이제 시차도 극복되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때가 되었으니 홈에 가면 TV도 보지말고 열심히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홈에서 놀러간다고 하는 것도 반갑지 않습니다. 놀러갈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홈 엑티비티도 많고 가족들도 많아 참 화목한 집이었는데, 이 집에 배정된 아이는 주말만 되면 친척집에 간다고 홈에 없는 거였습니다.
처음으로 외국인학생을 받아 홈스테이라는 것을 해 보는 집이었는데, 너무나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본인들은 OSS 학생을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고 자신의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같이 다니고 모든 행동을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주말만 되면 친척집에 간다고 홈을 비웠기 때문입니다.
한참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아이의 수학공부를 위해 개별적으로 교포선생님을 고용해서 주말이 되면 그 수학선생님집에서 1박 2일을 하면서 수학공부를 시켰던 거였습니다.
이 홈은 이 학생이 처음이자 마지막 외국인 학생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외국인학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캐나다에 이민왔을 때 교육청에서 한글로 된 가정통신문이 왔습니다. 참고로 저희가 살았던 포트무디라고 하는 동네는 워낙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한글로 된 가정통신문이 항상 한국학생들에게는 별도로 옵니다
그 내용인 즉,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니 집에서 TV시청하는 것을 막지말아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막 적응을 끝내면, 아이들과 한국의 학부모님들, 심지어 우리 OSS샘들과는 새로운 갈등이 시작됩니다. 특히나 6개월이 넘은 아이들이나 연장생들의 경우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합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하는 것도 불안합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너무 즐거워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울해보여도 걱정입니다. 아이가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부모의 눈에는 아이가 너무 밝아도 걱정, 너무 어두워도 걱정입니다.
참고로 아이들이 사진찍을 때 웃는 것은 부모님을 위한 배려입니다 ㅎㅎ
생각해 보세요, 하루 종일 웃고 있는 아이가 어디있겠습니까?
아이들도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살짝 웃어주는 거지요.
그러니 아이가 너무 웃는다고 좋아하실 일도 아니고, 아이의 표정이 어둡다고 너무 걱정하실 일도 사실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가지 진지한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너무 시시콜콜 담당선생님께 카톡으로 부탁하시는 것은 좀 자제해주세요
예컨대 “우리 애가 오늘 약먹었는지 확인해주세요.”
“오늘도 책을 30페이지 이상 읽어는지 확인해 주세요”
“오늘도 밥을 다 먹었는지 확인 부탁합니다”
예컨대 이런 톡을 매일 보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ㅠㅠㅠ
이게 뭐하고 같냐면요 .....
적절한 비유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환자가 의사를 찾아와서 증세를 말하고 전문가이신 의사선생님께서 잘 처방해주시고 잘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의사선생님께서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진료를 하실 겁니다.
그런데 분명히 이런 환자가 있을 겁니다.
“선생님 제 아들이 열이 몇도이고,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약은 **제약에서 나온 ***약을 처방해주시고요, 그리고 아이가 입원해 있을 때 잊지말고 7시 9시 10시에 열을 꼭 재서 열이 37도가 넘으면 **시럽 **미리를 먹여주세요”
뭐 이런 식으로요.....
다시 말해 의사의 역할을 보호자가 다 해버리고 의사는 보호자의 지침에 따라 꼭두깍시처럼 시키는대로 하는 로봇이되는 상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사샘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매일 이런 톡을 받고 힘들어하는 아이와 선생님들을 보면서
저는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한번쯤은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선생님이 선생님으로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위치를 잃어버리면, 마치 환자의 처방에 그대로 행동해주는 의사처럼, 급기야 선생님은 무기력해지고 책임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답니다.
따라서 선생님들이 신나게 선생님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실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