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손가락을 꼽아보니 다섯 달만 지나면 윤지가 돌아올 때가 됩니다. 처음 보낼 때의 걱정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윤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처음에는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더니, 이제는 공부는 게을리 하지 않는지 또 돌아와서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는지가 걱정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훨씬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금 캐나다 생활이 행복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 (돌아오기 싫다는 걸로 알아듣고) 속으로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스운 것이 그런 말을 하기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홈스테이 동생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고 옮기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냥 지내고 싶다고 하면서 홈스테이는 옮기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녀석이 홈스테이 동생하고 다투면서도 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홈스테이는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어른들도 남의 집 생활이 편할 리 없는데 외국에서 어린이들이 심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쉬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윤지에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되 만약 홈스테이를 바꾸게 되면 나중에 또 불평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의외로 또 괜찮다고 마음이 바뀐 소리를 하였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어 좀 더 잘 맞거나 좀 삐걱거릴 수야 있겠지만 못 지낼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검증된 홈스테이들이 배정되니까 적응기간이 얼마나 길어지느냐가 문제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 됩니다. 윤지는 중간에 한 달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좀 오래 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부모 마음에 힘들다고 하는데 그냥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도와줄 수 있는 OSS 선생님들과 잘 상의하고 본인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도록 말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결과적으로는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비단 홈스테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겪어나가면서 사회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여태껏은 부모나 주변 상황에 의해 수동적으로 지냈다면, 앞으로 능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사람과 상의하고 자기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걸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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